우리나라가 산유국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약 58km 떨어진 동해 한복판에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가스전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잠재적 유전이 바로 옆에 있고, 그걸 두고 한국·일본·중국이 수십 년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이 사안을 처음 파고들었을 때 솔직히 "이게 왜 지금까지 조용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동해 가스전, 산유국의 시작이자 한계
1998년 극적으로 발견된 동해 가스전은 2004년부터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수심 약 150m의 대륙붕(Continental Shelf) 위에 세워진 해상 플랫폼에서 천연가스와 초경질유(Condensate)를 동시에 뽑아 올립니다. 여기서 대륙붕이란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해저 지형을 말하는데, 국제해양법상 연안국이 자원 개발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초경질유(Condensate)는 천연가스와 함께 산출되는 휘발유 계열의 액체 탄화수소입니다. 물과 섞으면 경계면이 선명하게 구분될 만큼 밀도 차이가 뚜렷해서, 현장에서 기름 여부를 육안으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관련 영상 자료를 처음 봤을 때 "이게 진짜 기름이 나오는 거구나"라는 실감이 꽤 강하게 왔습니다.
그러나 동해 가스전의 전체 매장량은 약 500만 톤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석 달 정도 쓸 수 있는 분량에 불과합니다. 규모 자체는 중동의 대형 유전과 비교가 안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이 부분을 조금 다르게 봅니다. 해외 유전 지분을 사들이는 것과 달리, 국내 대륙붕에서 나오는 자원은 100% 자국 소유이기 때문에 수익 배분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작더라도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해 가스전의 생산 가능 연한은 약 15년으로 잡혀 있었고, 2018년을 전후해 생산이 마무리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 자체로는 아쉬운 결말이지만, 이 가스전이 증명한 것은 "한반도 주변 대륙붕에 자원이 묻혀 있다"는 사실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훨씬 더 큰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 위치: 울산 동남방 약 58km, 수심 약 150m 대륙붕
- 생산 품목: 천연가스 + 초경질유(Condensate)
- 전체 매장량: 약 500만 톤 (한국 약 3개월 사용량)
- 상업 생산 시작: 2004년 / 예정 종료: 약 2018년
- 의의: 국내 대륙붕 자원은 100% 자국 소유로 수익성 구조가 다름
JDZ와 대륙붕 권원 — 한국이 잃고 있는 것
동해 가스전에서 남서쪽으로 약 400km. 제주도 남방 330km 지점에 한일공동개발구역(JDZ, Joint Development Zone)이 있습니다. JDZ란 한국과 일본이 대륙붕 경계를 확정하지 못한 채, 1978년 조약을 맺어 50년 한시적으로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구역을 말합니다. 원래 이름은 제7광구였고, 1970년 박정희 정부가 한반도 주변 해저에 대한 영유권을 선포하면서 국제적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한국의 논리는 '대륙붕의 자연 연장(Natural Prolongation)'이었습니다. 자연 연장이란 육지 영토가 바다 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해저 지형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개념입니다. 오키나와 해구(Okinawa Trough)를 경계로 보면 동중국해의 대륙붕은 한반도 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제해양법 76조상 한국이 권원(Entitlement)을 갖는다는 주장입니다. UN 대륙한계위원회(CLCS) 심사위원인 박용환 교수도 이 논리가 법적으로 충분히 성립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출처: UN 대륙한계위원회(CLCS)).
그런데 문제는 조약 만료 시점입니다. JDZ 조약은 50년 한시 협정으로, 2028년에 종료됩니다. 제가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촉박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석유·가스 탐사는 계약 협상부터 실제 생산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는 산업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 협상을 시작해도 빠듯한 일정입니다.
2004년 한국 석유공사가 실시한 탐사에서는 배사구조(Anticline Structure) 5개가 발견됐습니다. 배사구조란 지층이 아치 형태로 볼록하게 솟아오른 구조로, 석유와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집적되기 가장 유리한 지형입니다. 당시 내부 추정치는 동해 가스전의 1.5배 이상 수준이었고, 전문가들은 "동해 가스전보다 유망하다"고 평가했습니다. 1967년 유엔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ECAFE) 주도로 수행된 에머리 보고서도 이 해역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 매장 가능지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출처: UN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그런데 일본은 공동 개발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공식 이유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지만, JDZ 바로 옆 860m 거리에서는 중국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빨대 효과(Straw Effect)가 작동할 경우, 즉 인접 지점에서 유전을 개발하면 지하에서 연결된 자원이 모두 빨려나갈 수 있습니다. 경제성이 없다던 일본이 바로 옆에서는 중국과 손잡은 셈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사안 전체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UN 대륙한계위원회 문서 제출 문제입니다. 2009년 마감 당시 한국은 수백 페이지 분량의 정식 문서 대신 8페이지짜리 예비 정보(Preliminary Information)만 제출했습니다. 예비 정보란 기술적·재정적 여건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 임시로 내는 약식 문서입니다. 정부는 이미 100여 페이지 분량의 정식 문서를 작성해 두고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일본은 이 예비 정보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반박 문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국제 협상에서 침묵은 통상 상대방의 주장을 묵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해 가스전은 지금도 운영 중인가요?
A. 2004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 동해 가스전은 약 15년 생산 연한을 기준으로 2018년 전후 생산이 마무리되는 일정이었습니다. 현재 생산 종료 단계에 있거나 완료된 상태로 보이며, 정확한 현황은 한국석유공사 공식 발표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JDZ 조약이 2028년에 끝나면 어떻게 되나요?
A. 조약이 만료되면 JDZ 구역의 법적 지위는 원점으로 돌아가 한일 양국이 대륙붕 경계를 새로 협상해야 합니다. 국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한국이므로 조속히 새 협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공존합니다.
Q. 한국이 JDZ를 단독으로 개발할 수는 없나요?
A. 한국 석유공사가 단독 시추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적이 있지만, 심사 과정에서 거부된 바 있습니다. JDZ는 한일 공동 개발 조약의 틀 안에 있는 구역이라 일방적인 단독 개발은 법적·외교적 문제를 수반합니다. 조약의 법적 프레임 안에서는 양국이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지배적 해석입니다.
Q. 배사구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석유가 나오는 건 아닌가요?
A. 맞습니다. 배사구조는 석유·가스가 집적될 가능성이 높은 지형이지만,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려면 시추공을 뚫어야 합니다. 전문가들도 JDZ 전체 구역에 단 7개의 시추공만으로 경제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단일 구조 하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최소 3~4개 시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결론
동해 가스전이 "우리도 산유국"이라는 상징으로 기억되는 동안, 그 바로 옆에서 훨씬 더 큰 판이 조용히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JDZ는 2028년이라는 데드라인이 있고, 빨대 효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법적 권원을 뒷받침해야 할 문서는 제출조차 안 된 상태입니다. 조용한 외교가 필요한 상황이 있다는 것, 저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침묵이 묵인으로 읽히는 국제 협상의 현실에서, 이건 조용함과 무대응을 혼동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탐사·협상·개발까지의 리드타임을 고려하면 이미 늦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UN 대륙한계위원회(CLCS)의 진행 상황과 한일 에너지 외교의 흐름을 계속 주시하실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