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집 정리를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가끔씩 하고 있습니다. 물로 그때에는 그 때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할수 없었다는 것이 맞지만 암 환자 당사자인 아내가 집에 있다보니 집정리를 위해 움직이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후회만 하기도 그렇고 핑계만 잡기도 그렇고 해서 오늘 한번 집안을 둘러 보았는데... 그게 뭐라고 그것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인지라... 시작도 하기전에 변명꺼리 부터 찾는다고 할수 도 있겠지만 내가 움직이는것에 대한 감시가 심하다면 심하기 때문에 말대꾸를 잘 할 준비를 하고 조심히 시작해야 할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을 1일차로 해서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정리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맥락
암 환자에게는 거주환경이 쾌적해야 한다는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어찌보면 "이미 살아왔고 살고 있는데 궂이 지금에 와서 정리한다고 먼지피우고 스트레스 주는게 더 나쁜것 아닌가요?"라고 할수 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것이 암은 단기적으로 볼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겁니다. 솔직히 마음같아서는 어디 주변에 공기좋은 곳에 가서 살았으면 하는 것이 바램입니다. 그러나 그 문제도 이 문제처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집 정리에 대해 나름 오랜시간 고민하고 회고를 하면서 스스로 얻은 답이라면 짧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열심히 살았다. 수고했다 "
거의 25~30년 동안 3명의 자녀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엄마의 모성과 또는 한편의 추억을 쉽게 처리하기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 있어야 하겠고, 아내의 성향상 멀쩡한 것을 버리는것을 용납하는 성향이 아니기에 이 또한 정리에 있어서 장애물이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일 큰 장애물은 저에게 있다고 봐야할겁니다. 원래 버리는것이 안되는 성향이었기에 사들이고 주어들이는 역할을 그가 제가 다 했기에 어찌보면 가족들은 저의 그런 성향의 피해자라고 봐도 될듯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떤 기준으로 비워낼 것인가
정리 전문가가 권장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현관: 공간이 좁고 물건 종류가 단순해 비우기 가장 쉬우며, 가족이 들어오면서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효과가 큽니다.
- 욕실: 가족 모두가 하루에도 여러 번 드나드는 공간이라 청결도와 쾌적함이 체감되는 속도가 빠릅니다.
- 주방 상판 및 팬트리: 눈에 보이는 상판 물건보다, 깊숙이 숨어 있는 팬트리·발코니 쪽을 먼저 비워야 상판 물건이 들어갈 자리가 생깁니다.
- 냉장고: 냉동실에 화석처럼 굳어 있는 음식, 밀폐력을 잃은 용기, 냉장고 옆에 끼어 있는 비닐봉지를 먼저 정리합니다.
- 옷장과 냉장고 내부는 가장 마지막 순서로 남겨 둡니다. 난이도가 높고 해도 티가 잘 나지 않아 의욕이 꺾일 수 있습니다.
버리는 기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가"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언젠가 쓸 수 있으니 일단 보관한다"는 쪽입니다. 제 경험상 후자는 결국 공간을 잠식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했습니다. 선물로 받은 물건을 두고 제가 몇 달째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물건의 현재 가치를 보여줍니다.
사진으로 대체하는 방식도 생각보다 실용적입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은 버리기 전에 사진 한 장으로 남겨 두면, 물건 자체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직접 써봤더니 실제로 그랬습니다. 물건이 주는 위안이 생각보다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보는 행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오늘은 계획을 잡는 날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청취해 보았고 나의 현재 상황과도 맞추어 봐야 하기에 계획조차도 쉽게 잡히지 않는가는것이 솔직한 변명입니다.
제가 현실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2시간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나름의 계획을 잡아 보겠습니다.
[1단계 계획]
- 현재 가족과 동선이 제일 먼 작은방 먼저 시작한다.
- LP판, 테이프, CD 들은 모두 사진 찍어서 판매 여부를 문의하고 결과에 따라 매각 또는 사용한다.
- 턴테이블과 오디오도 함께 판단한다.
- 책은 고서와 전문도서로 나누고, 전문도서는 자녀들 각자에게 사진찍어서 보내서 물어보고 처리한다.
- 읽지 않는 고서는 처리한다. 읽을 고서는 별도로 정리한다.
- 사진은 개인별로 앨범을 만들어 준다.
- 상장 등 학교다닐때 증빙서류들은 케이스는 모아서 사진으로 남기고 버리고, 내용물은 개인별로 모아서 철해둔다.
- 각종 공부한 노트와 출력물들은 모두 세절하여 버린다.
- (미개봉포함) 화장품, 영양제, 약품 등은 유통기한 확인하여 처리하고 정리한다.
- 옷가지는 입어보고 안 맞으면 모아서 처리한다. (참고로 아빠와 아들이 바지 사이즈가 비슷함)
- 가방류는 고장여부 및 내외부 변색이나 탈색여부 확인하여 버린다. (참고로 주자가 가방류를 좋아하여 가방이 많음)
- 각종 기념품 및 악세사리는 활용하고, 활용 초과분은 나눔한다.
- 각종 플라스틱용기는 분리수거 처리한다.

결론
가족의 건강 문제가 정리를 결심하게 만든 계기였지만, 생각해 보면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것도 사실입니다. 여지껏 쌓아두고 어지른 당사자는 나인데 이제는 그것을 치우면서 그 이유로 아내의 건강을 문제삼는다는 생각에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하루에 쓸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꾸준히 진행하면서 그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좋은 의견이나 자료 있으면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