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광구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 막연하게만 알고 계셨나요? 실상은 훨씬 복잡합니다. 일본과 공동 개발 조약을 맺은 채 30년 넘게 손도 못 대고 있고, 서해 쪽에서는 중국이 버젓이 시추 시설을 설치하다 우연히 들켰습니다. 이 상황을 처음 파악했을 때 저는 솔직히 허탈했습니다. 우리가 자원 외교에서 이렇게까지 밀리고 있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시추 시설을 몰래 박았다
일반적으로 서해 자원 문제는 제7광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제가 이 사안을 들여다보니 서해 쪽 상황도 이미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해양수산부 감시선이 우연히 이상한 선박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 안에 정체불명의 배가 들어와 있었고, 확인해 보니 석유 시추(試錐) 시설이었습니다. 여기서 잠정조치수역이란, 한국과 중국 사이 아직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구역으로, 양국이 공동으로 어업 활동은 허용하되 구조물 설치나 시추는 금지한 해역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경계 다툼을 잠시 보류해 두고 '일단 물고기만 잡자'고 합의한 공간입니다.
중국이 설치한 시설은 바닥에 세 개의 철제 다리를 박고, 그 위에 이동식 시추 장비를 얹는 방식이었습니다. 위성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규모였고, 해무까지 짙어 감시선이 아니었으면 계속 진행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이 지점이 군산분지(軍山盆地) 안에 위치한다는 점입니다. 군산분지란 서해 중간부에 깊이 패인 대형 퇴적 분지로, 황하와 양쯔강이 수만 년에 걸쳐 유기물을 쌓아 올린 지형입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생성되려면 이런 깊고 넓은 분지 구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중국 과학원은 이미 2008년 보고서에서 이 지역 추정 석유·가스 매장량을 약 25억 톤 규모로 평가하며 "중동 수준 이상의 유전"이라고 기술했습니다(출처: 중국과학원).
그렇다면 우리 외교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해양수산부가 보고한 뒤 일주일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결국 다른 경로로 청와대에 보고되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으로부터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만약 그 발언이 거짓이 아니라면, 우리 외교부가 중국 측에 아무런 이의 제기도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2005년의 데자뷔를 느꼈습니다.
- 중국은 2008년에도 같은 수역에서 시추를 강행한 전례가 있음
- 당시 중국이 막았던 한국의 2005년 시추 계획을 3년 뒤 자국이 그대로 실행
- 이번 시추 지점은 2008년 지점에서 약 50km 떨어진 군산분지 내부
- 해양수산부 감시선이 우연히 발견하지 못했다면 공사는 계속 진행됐을 것
JDZ 조약이 오히려 한국의 발목을 잡은 아이러니
제7광구 하면 흔히 "한국이 선점한 자원 부국"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제7광구는 제주도 남쪽, 지리적으로는 일본 쪽에 훨씬 가까운 해역입니다. 1978년 한국과 일본은 이 구역을 한일공동개발구역(JDZ, Joint Development Zone)으로 지정하는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JDZ란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자원을 개발하고 수익을 나누기로 합의한 특수 구역을 말합니다. 당시엔 일단 우리 것으로 묶어두는 현실적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조약에는 치명적인 단서가 있었습니다. 탐사든 시추든 반드시 양국이 합의해야만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일본이 합의를 거부하는 순간, 한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30년 넘게 그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조약이 자원을 지키는 게 아니라 접근을 막는 자물쇠가 된 셈입니다.
2020년 우리 정부는 석유공사를 개발 사업자로 지정하고 일본 외무성에 공동 개발 참여를 공식 통보했습니다. 일본의 반응은 "코로나로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자"였고, 지금까지 아무 답이 없습니다. 일본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JDZ 조약은 50년 기한으로, 2028년이 만료 시점입니다. 조약이 끝나면 국제법상 중간선 원칙이 적용되고, 그렇게 되면 제7광구의 대부분이 일본 수역에 편입됩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게임입니다.
2025년이 진짜 데드라인인 이유
2028년이 만료 시점이라고 하면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 마지노선은 2025년입니다.
국제법상 조약 만료 3년 전, 즉 2025년부터 어느 한 나라가 먼저 조약 폐기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2025년이 되자마자 폐기를 선언할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탐사선을 보내고 시끄럽게 만들수록 일본 입장에서는 빨리 조약을 끊어내는 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폐기 통보 후 3년이 지나면 중간선 원칙이 자동 적용되고, 그 순간 제7광구는 사실상 일본 수역이 됩니다(출처: 외교부 해양경계 관련 자료).
그래서 산업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작년 하반기에 4광구와 제7광구 경계면 인근 해역 탐사 계획을 세웠습니다.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것입니다. 탄성파 탐사(彈性波 探査)란 음파를 해저에 쏘아 지층 구조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직접 시추 전 단계에 수행하는 기초 조사입니다. 이 탐사에서 유망한 석유 구조가 확인되면 시추까지 이어진다는 계획입니다.
일본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건 우리 측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강행하려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어차피 2028년 이후엔 뺏기는 거라면, 지금 시끄럽게 만들어서 이 문제를 국제 사회 이슈로 부각시키는 게 한국에 더 유리하다는 계산입니다. 조용히 있으면 그냥 조용히 잃는 겁니다.
"조용한 외교"가 영토 문제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파고들면서 제가 가장 답답했던 건 자원 규모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태도였습니다. 적어도 이 사안에 관한 한, 조용한 외교는 곧 패배입니다.
2005년 우리나라가 군산분지 시추를 추진하자 중국이 거세게 반대했고, 우리는 외교 마찰을 우려해 포기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8년, 중국은 같은 수역에서 직접 시추를 강행했습니다. 석유공사가 당시 산업자원부에 보낸 공문에는 "중국이 탐사·시추를 진행하는데 우리만 자제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며, 향후 해양 경계 협상에서 크게 뒤처질 우려가 있다"는 절절한 문구가 담겼다고 합니다. 결국 그때도 외교부 반대로 포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교 마찰을 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토·자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저는 그 판단이 틀렸다고 봅니다. 중국과 일본 외교부는 영토 문제에서 절대 조용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국제법이 금지한 구역에 시추 시설을 박아도 침묵하고, 일본은 조약을 방패 삼아 20년 넘게 시간을 끌어도 끄떡없습니다. 우리만 "조용하지만 강한 외교"를 표방하며 실질적 행동을 미뤄온 셈입니다.
2028년 JDZ 조약이 소멸하면 중국도 이 해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7광구는 한중일 세 나라의 딱 중간 지점에 있고, 자원 가치뿐 아니라 군사·지정학적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이 해역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때 가서 항의해봐야 이미 구조물이 박혀 있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의 외교적 결단이 10년 뒤 지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7광구에 석유가 진짜 있나요?
A. 확정된 매장량은 공식 발표된 바 없지만, 중국 과학원이 2008년 보고서에서 인접 군산분지의 추정 매장량을 약 25억 톤 규모로 평가하며 "중동 수준 이상의 유전"이라고 기술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역으로 꼽힙니다. 중국이 반복해서 이 수역에 시추 시설을 들이는 것 자체가 유력한 근거입니다.
Q. JDZ 조약이 끝나면 제7광구는 완전히 일본 것이 되나요?
A. 조약 소멸 후에는 국제법상 중간선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렇게 되면 제7광구의 상당 부분이 일본 수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한국이 지금부터 탐사·시추를 강행해 실효적 지배 근거를 쌓아두면 협상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중국이 잠정조치수역에 시추 시설을 설치해도 막을 방법이 없나요?
A. 법적으로는 한중 양국이 합의한 잠정조치수역 규정을 근거로 이의 제기와 시설 철거 요구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우리 외교부가 그 이의 제기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미 구조물이 설치된 뒤에는 외교적 항의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설치 진행 중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탄성파 탐사와 시추는 어떻게 다른가요?
A. 탄성파 탐사는 음파를 해저에 쏘아 지층 구조를 파악하는 비접촉식 조사 방법입니다. 실제로 땅을 뚫지 않기 때문에 시추보다 외교적 마찰이 덜하지만, 일본은 이 단계에서도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추는 실제로 파이프를 박아 지하를 굴착하는 행위로, 구조물 설치를 수반하기 때문에 훨씬 강한 분쟁 소지가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제7광구와 서해 군산분지 문제는 지금 이 순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에 가깝습니다. 2025년 일본의 조약 폐기 통보가 현실화되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급격히 줄어들고, 서해 쪽에서는 중국이 이미 행동을 앞서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자원의 크기보다 외교적 의지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과 일본 모두 영토·자원 문제에서는 절대 조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이 사안만큼은 "조용한 외교" 대신 명확하고 신속한 행동을 택하길, 솔직히 바랍니다. 이 상황을 더 지켜보실 분은 아래 참고 자료를 확인하시면 배경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