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수술 후에도 걷기만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10km를 꾸박꾸박 걸으면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하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런데 걷는 방법이 틀렸다는 걸, 그리고 제가 하던 동네 산책이나 계단 오르기가 생각보다 꽤 제대로 된 재활 운동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파워워킹, 그냥 빨리 걷는 게 아니었습니다
수술 후 폐 기능은 최대 5~20%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 불편함이 싫어서 점점 덜 움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숨이 가빠지면 그냥 걸음을 늦췄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악순환이었던 것 같습니다.
폐암 환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운동은 유산소 운동인데, 단순히 걷는다고 해서 심폐기능이 강화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심폐기능이란 심장과 폐가 협력해 산소를 온몸 근육에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기능을 끌어올리려면 파워워킹이 필요합니다. 파워워킹이란 팔을 힘차게 앞뒤로 구르고 보폭을 최대한 넓혀 빠르게 걷는 방식으로, 공원에서 팔꿈치를 굽히고 힘차게 팔을 흔드는 어머님들의 그 자세가 바로 파워워킹입니다.
권장 속도는 초당 1.4m 이상, 10분에 약 800m~1km를 걷는 수준입니다. 보폭은 자신의 키에서 100을 뺀 수치가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키가 170cm라면 보폭은 70cm 정도, 양발 사이에 신발 두 개가 들어갈 너비입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처음에는 이 속도와 보폭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 자체가 꽤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코스를 걸으면서 기록을 조금씩 단축해나가는 방식으로 속도를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숨 차는 정도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근감소증, 폐암 환자가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
제가 처음에 오해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운동이라고 하면 축구나 배구처럼 격하게 몸을 쓰는 것만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조용히 하는 맨몸운동이나 국민체육시설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게 "진짜 운동"인지 아닌지 한동안 헷갈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도 엄연한 근력운동입니다.
폐암 치료 이후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근감소증 발생률이 2.5배 이상 높습니다. 근감소증이란 노화나 질환 등으로 인해 근육량과 근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상태를 말하며, 방치하면 낙상 위험과 전반적인 기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폐암 수술 후 움직임을 줄이게 되면 노화가 빨리 진행되고 근육이 급격히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출처: 국립암센터).
그렇다고 처음부터 헬스장에서 무거운 쇳덩이를 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하는 운동도 다 맨몸입니다. 아파트 23층 계단 오르기, 하천 산책로에서 크게 숨쉬며 빠르게 걷기, 벽 잡고 뒤꿈치 들기. 이 단순한 동작들도 제대로 반복하면 충분한 근력운동이 됩니다. 단순한 동작을 천천히,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되는 감각을 느끼면서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무조건 빠르게 많이 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12~15회, 3세트를 지키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맨몸운동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동작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막막했습니다. "근력운동을 하라"는 말은 들었는데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폐암 환자에게 권장되는 운동 동작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종아리 운동: 다리를 11자로 벌리고 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내리는 동작. 벽이나 의자를 잡고 해도 됩니다. 익숙해지면 한 발로 시도합니다.
- 허벅지·엉덩이 운동(스쿼트): 발 끝을 45도로 벌리고 의자에 앉듯 엉덩이를 뒤로 내리는 동작. 초급은 반만 내려갔다 올라오고, 익숙해지면 완전히 앉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 엉덩이 운동(킥백): 벽에 양손을 대고 한 발씩 뒤로 차는 동작.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당긴 상태에서 허벅지로 지그시 차는 느낌으로 합니다.
- 균형 운동(외발서기): 한 발로 서서 10~30초 버티거나, 들고 있는 발로 알파벳을 쓰듯 발끝을 움직입니다.
여기서 균형 운동이란 신체의 자세 안정성을 유지하는 신경근 조절 능력을 훈련하는 운동입니다. 외발서기 중에 몸이 휘청거리는 것 자체가 이 능력을 자극하는 과정이므로, 넘어질 것 같아서 어색하더라도 그 불안정한 상태를 버티는 게 운동이 됩니다. 저도 처음에 외발서기를 10초도 못 버텼는데, 지금은 30초 이상 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동작들은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근육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는데, 이 근육들이 강해질수록 보폭이 넓어지고 걷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직접 해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운동을 대하는 자세가 회복의 속도를 결정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의 종류나 방법보다 운동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정도로 뭔가 되겠어?"라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걷기 운동이라고 하면 그냥 슬슬 산책하는 정도로 생각했고, 집에서 하는 맨몸 동작은 운동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크고 격한 것만 운동이라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했습니다. 절제된 동작을 정성껏 반복하는 것, 숨이 조금 차오를 정도로 꾸준히 움직이는 것, 이것이 폐암 수술 후 재활에 맞는 운동의 모습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한다는 원칙이 결국 가장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성인 기준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권고하고 있으며, 근력운동은 주 2회 이상 병행할 것을 권장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운동을 하고 나면 힘들었던 것과 달리 다음날 몸이 오히려 개운하고 짱짱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느낌이 살아있는 심장과 폐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저는 그 감각이 회복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폐암 수술 후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거창한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네 한 바퀴를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빠르게 걷는 것부터, 계단 한 층을 제대로 오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순한 동작도 정성껏 반복하면 근육이 만들어지고, 그 근육이 쌓이면 걷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러면 심폐기능도 함께 올라갑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운동 시작 전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