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폐암이 이렇게 발견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살얼음에 미끄러져 응급실에 다녀온 게 계기였으니까요. 폐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그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전조증상이라고 알려진 것들이 있지만 실제로 체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폐암을 알리는 전조증상, 실제로는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까
폐암은 국내 암 발생 중 약 20%를 차지하며, 사망률이 유독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이유입니다. 기침, 객혈, 가슴 통증 같은 증상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폐암의 징후를 미리 알리는 전조증상들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 내용을 접하고 하나씩 대입해봤을 때, 솔직히 반은 맞고 반은 모호했습니다.
전조증상으로 알려진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호너 증후군(Horner syndrome): 한쪽 눈 동공이 작아지거나 윗꺼풀이 처지는 증상. 폐 상단부 종양이 척추 주변 교감신경을 압박할 때 나타납니다.
- 곤봉지(clubbing): 손가락 끝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 폐 기능 저하로 말초 모세혈관이 확장되면서 생깁니다.
- 급격한 체중 변화: 쿠싱 증후군(Cushing syndrome)이나 고칼슘혈증 등 이상 호르몬 분비로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줄 수 있습니다.
- 두통: 혈액 순환 장애나 고칼슘혈증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 심부정맥 혈전증(DVT): 다리나 팔에 혈전이 생겨 갑작스럽게 붓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호너 증후군이란 교감신경 손상으로 눈꺼풀, 동공, 땀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원인의 35~60%가 종양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이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면 단순히 눈 문제로만 넘기면 안 됩니다.
전조증상을 직접 대입해보니 — 체감의 한계
제가 경험한 것과 비교해보면, 다섯 가지 전조증상 중 확실하게 "이것이다" 싶었던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눈 동공 차이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인지 인식 자체가 어려웠고, 곤봉지 역시 검지를 마주 대어 봐도 다이아몬드 모양의 틈이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 판단이 모호했습니다.
체중 변화는 제가 늘 저울을 두고 꾸준히 체크하던 항목입니다. 특별한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쿠싱 증후군이나 고칼슘혈증과는 관계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쿠싱 증후군이란 폐암 덩어리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코티솔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쉽게 말해 몸 안에서 스테로이드가 과다하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살이 급격히 찌거나 복부 중심성 비만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통의 경우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체하거나 피곤할 때도 머리가 아프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폐암을 의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다섯 가지 전조증상은 폐암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일상의 다른 원인과 구분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심부정맥 혈전증(DVT)이란 다리나 팔 깊은 정맥 속에 혈전, 즉 피가 굳어서 생긴 덩어리가 생기는 질환을 말합니다. 팔다리가 갑자기 심하게 붓거나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단순 피로로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폐암이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염증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이런 연관성이 생깁니다.
결국 병원 검사가 답이다 — 제가 우연히 폐암을 발견한 방법
제 폐암 조기 발견 경로는 전조증상이 아니었습니다. 겨울에 살얼음에 미끄러져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다음 날 온몸이 너무 아파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흉부 CT를 포함한 기본 검사를 받았고, 4일 후 결과를 확인하러 갔다가 "폐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것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넘어진 게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했습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왔지만 특이 소견이 없다는 결과만 받아왔던 터라, 아무리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도 검사 없이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저선량 흉부 CT(Low-dose CT)는 현재 국내에서 흡연자를 대상으로 폐암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저선량 흉부 CT란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폐 내부를 촬영하는 검사 방법으로, 일반 흉부 X선보다 작은 결절까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만 54세에서 74세 사이 흡연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2년마다 이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폐암에 관한 정보들은 인터넷에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그 정보들이 제 몸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결국 검사만이 말해줄 수 있습니다. 동네병원 진료가 항상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도,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폐암 전조증상을 알아두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습관입니다. 특히 흡연 경험이 있다면 저선량 흉부 CT 검진 대상인지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이상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